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문화를 전승하고 미래를 창출하는 박물관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및 근ㆍ현대 민속문화를 수집ㆍ보존 전시하며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는 지난 2024. 12. 18(수)부터 오는 2025. 3. 3(월)까지 을사년 뱀띠 해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을 특별전시하고 있다.
만사형통(萬巳亨通) 전시는 1부 총명한 뱀, 2부 두려운 뱀, 3부 신성한 뱀으로 나누어 뱀에 대한 인간의 복합적인 인식이 담긴 전 세계의 민속문화 뱀 관련 유ㆍ무형 자료 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시는 2025년 뱀띠 해를 맞아 뱀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모습을 살펴보고, 뱀이라는 동물에게 천 개의 얼굴을 만들어준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넘어서서,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만사형통’한 을사년이 되기를 기원하는 전시라고 한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에서 비롯된 띠 개념은 우리의 운명 그리고 특성을 논하는 데 자주 활용되는 것을 보여준다. 뱀띠 해에 태어난 사람이 총명하고 특출나다는 관념도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십이지에서의 뱀과 연결한다.
십이지는 통일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져 지배계층의 무덤에 십이지상을 조각하는 풍습을 중심으로 퍼져나갔으며, 방위와 시간을 나타내는 십이지 개념은 점차 민간에도 퍼지며 시계ㆍ나침반과 같은 일상용품에도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을 마주한 인간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뱀의 날카로운 눈매, 날름거리는 혀, 뾰족한 이빨, 은밀하고도 빠른 움직임 등 뱀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 인간은 공포심을 느꼈다.
뱀에게 물려 피해를 본 사례를 비롯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뱀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는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했으며, 이런 뱀의 외형과 물리적 피해는 뱀을 더욱 두려운 존재로 만들었고 뱀은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형상화되기도 했다.
인간은 뱀을 피하고자 노력했으며, 특정 물건을 이용하거나, 주술적인 힘을 빌려 뱀을 퇴치하고자 하기도 하고, 뱀을 잡기 위한 특정 도구를 만들기도 하는 등 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는 뱀을 마주한 곳이라면 세계 어디에나 필요했다.
한편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 속에서 뱀은 어리석거나 욕심 많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로도 나타나기도 하였다.
‘3부 신성한 뱀’에서는 인간이 땅 위와 땅속을 오가며 살아가는 뱀을 보면서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갈 수 있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여겼음을 보여준다.
뱀은 두려운 동시에 신성한 존재였으며, 인간은 뱀과 비슷한 모양 또는 뱀이 그려진 도구를 만들어 신과의 소통이 필요한 의례에 사용하였다.
뱀의 생명력은 인간에게 풍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신앙의 대상이 되었으며,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구불구불한 몸으로 이곳저곳을 오가며, 한 번에 10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강한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뱀은 농사가 잘되도록 비를 내려주는 수신(水神)이 되기도 하고, 가족 혹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변신하며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만든 창조신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십이지(十二支) 중에서 뱀은 지혜를 상징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뱀띠 해에 태어난 사람을 총명하다고 여기며, 한편으로는 뱀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는 대개 뱀을 두려운 존재로 표현하기도 한다.
뱀의 생김새와 일부 뱀의 공격적인 성향 그리고 치명적인 독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도록 했으며, 뱀은 초월자를 따르며 악인을 벌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인간은 뱀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뱀이 신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뱀이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모습과 겨울에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출현하는 생존 본능을 경이로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뱀은 서로 다른 차원의 세계를 오가며 심지어는 인간에게 안녕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성한 존재로도 여겨지며, 이처럼 뱀은 두렵지만 정의롭고, 징그럽지만 경이로우며, 익숙하지만 신성한 존재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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