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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혼사를 앞둔 두 가족의 로맨틱 코믹영화, 못말리는 결혼

by kangdante 202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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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못말리는 결혼은 우리의 전통을 중시하는 풍수지리가 박지만(임채무) 집안과 강남의 부동산 졸부 심말년(김수미) 집안 간에 혼사를 앞두고 두 가족 간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닥종이 공예를 하는 박지만의 외동딸 박은호(유진)와 성형외과 의사인 심말년의 외아들 왕기백(하석진)은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알게 되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다 결국 사랑을 하게 되지만 생활환경이 다른 두 집안 어른들은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이 된다. 

결혼이란 두 가족이 결합하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이므로 당사자만 좋다고 무조건 성사되는 것이 아니기에 전혀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온 이들 두 집안의 결혼이 순탄할리가 없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이처럼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뼈대가 있는 집안과 무식하지만 졸부가 된 집안의 사랑이야기라든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처음에는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부한 소재이기는 하다. 

한편으로 이 영화의 재미는 기백과 은호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의 부모인 박지만과 심말년이 벌이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결혼방해 작전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못말리는 결혼에서는 흔히 코믹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과장된 행동 등 억지웃음을 유발하기보다는 언어의 유희(遊戱)를 통해 그냥 편하게 관객을 웃도록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시로 웃음보가 절로 터지는 것만 보아도 이 영화는 우선 코믹영화로서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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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아마도 이 영화의 백미(白眉)는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김수미의 어설픈 영어대사가 아닐까 한다. 영어로 숫자조차 제대로 모르는 그녀가 오 마이갓, ”, “익스큐즈미등 서툰 영어대사를 쏟아내면 웃음보가 절로 터지기 마련이다.

자동차 안에서 박지만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운전기사에게 전화번호를 물으며 하는 대사는 그녀의 영어실력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말년 : “전화번호가 뭐야?”

기사 : “010-”

말년 : “제로 원 제로

기사 : “214”

말년 : “투 원, 4가 뭐지?”

기사 : “포입니다.

말년 : “투 원 포 

이처럼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소위 욕 연기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있는 김수미가 마파도가문의 위기 등에서 보여주었던 코믹연기 영역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등 김수미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한편,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설프기는 하지만 영화 못말리는 결혼은 코믹영화에 어울리지 않게 코끝이 찡하게 하기도 한다. 

심말년을 믿을 수 없다며 외국 투자자와의 중요한 계약이 깨질 무렵, 은호가 말년에게 선물한 닥종이 인형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투자자에게 인형속의 주인공이 바로 말년이라고 은호가 설명하는 장면에서, 또한 어느 날 홀로 남은 집안에서 고생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남몰래 청국장을 맛있게 끓여 먹다 울음보를 터뜨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잠시 폭소대신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자식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 수밖에 없었고, 또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철저히 희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못말리는 결혼에서 아쉬운 점은 너무 한사람의 코믹대사에만 치중하다보니 다른 조연자들의 역할에는 소홀한 느낌이 들고, 따라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였다는 점이다. 

심말년의 집에서 양가 상견례를 할 때 화장실에 있는 비데 사용법을 몰라 박지만이 온몸에 물벼락을 맞으며 혼비백산 놀라는 장면은 있지만, 코믹영화는 주로 조연에 의해 더욱 더 감칠맛을 주는데 이 영화에서의 조연들은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 점 등이 그렇다. 

또한, 아무리 사랑이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 하지만 박지루(윤다훈)와 왕애숙(안연홍)의 사랑은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가려고하는 의도가 너무 역력할 만큼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커플들의 사랑을 이처럼 너무 소홀히 다룬 것은 오직 심말년 한 사람의 코믹대사에만 치중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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