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풍’은 애국심을 강조하는 할리우드식 영화를 연상케 하기도 하지만, 김블(Gimbal)장치라는 특수기술에 의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펼쳐진 선상(船上) 액션이 돋보이는 블록버스트 영화라 할 수 있다.
타이완 지룽항 북동쪽 220km 지점 해상에서 운항 중이던 한 선박이 해적에게 탈취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국정원은 탈취 당한 배에 핵 위성 유도장치인 리시버 키트가 실려 있다는 사실과 그 선박을 탈취한 해적이 대한민국에 귀순하려 했지만 외교적 문제로 거부되어 부모를 잃은 탈북자 출신이 원한을 품고 테러를 감행하려 하는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비밀요원을 선발하여 현지로 급파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현재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쉬리’를 필두로 ‘실미도’ㆍ‘태극기 휘날리며’ㆍ’웰컴투 동막골‘ㆍ’베를린‘ 등의 영화가 흥행에 대부분 성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영화들에게 분단의 아픔과 한(恨)은 영화의 훌륭한 소재이며,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액션을 가미함으로써 우리나라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액션과 휴머니티가 적절히 조화되어 영화가 만들어 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영화 ‘태풍’은 이 영화가 상영된 2005년도 기준으로 한국영화 사상 최고액인 순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되어 오래전부터 그해 최고의 화제작이 될 것으로 기대가 컸으며 관심을 끌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단조롭고 밋밋할 뿐 아니라 황당한 결말로 인해 영화 전편에 흐르는 화려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재미를 반감(半減) 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곳곳에 걸쳐 총격전과 액션이 이어지고 태국과 러시아 로케이션, 그리고 동남아를 누비는 방대한 스케일을 통하여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폭풍우 속에서의 선상(船上) 액션 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 영화의 모티브라 할 수 있는 복수의 동기가 될 수 있는 ‘비통함’이라든가 이별한 누님에 대한 ‘애절함‘의 휴머니티 감동은 별로 느낄 수가 없었다.
영화의 뻔한 스토리 전개는 가끔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갈등과 반전이 없는 밋밋한 이야기가 이어지다보니 액션이 없는 장면에서는 졸음이 올 수밖에 없다
물론, 남한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씬(장동건)과 누나 최명주(이미연)와의 극적 상봉에서 울부짖는 남매의 모습으로 잠시 눈시울을 적시게는 하지만 탈북자들의 불행한 과거 설명은 마음이 아프다고만 느낄 뿐 마음속까지 애틋함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씬과 명주의 탈북이 중국과의 외교적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에 있는 한국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비화(秘話) 스토리를 보여주지만 이미 긴장은 풀어져 있으므로 이들 남매의 비통함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백미(白眉)는 장동건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아닌가 싶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를 이끌어 가는 스타로 우뚝 선 그가 이 영화에서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안고 있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장동건은 이 영화를 위해 7kg을 감량했다는 깡마른 외모, 상처와 문신으로 도배한 얼굴, 핏발서린 눈 빛, 입안에서 번득이는 쇠붙이 치아와 긴 고수머리, 그리고 강한 이북 사투리 등등, 이런 모습을 보고 누가 그를 한국 최고의 미남 배우 중 한명으로 볼 수 있을까 싶다.
이 영화에서 두 축을 이루고 있는 이정재는 그 당시 드라마 ‘모래시계’의 영향이 너무 컸던 탓인지, 아니면 도발적인 장동건 캐릭터에 비해 강도가 약한 전형적인 군인 틀에 박힌 애국심과 정의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 탓인지는 몰라도 기대만큼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사족(蛇足)
강세종(이정재)이 그의 총각 동기들을 총동원하여 씬(장동건)의 계획을 차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로 비행하여 달려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미 미국 잠수함이 여차하면 그 배를 폭파하기 위해 발진하였고, 실제 줄거리도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배는 폭파되고 침몰 당함으로써 사건은 해결되는데, 주인공만 살아남고 이들의 귀한 목숨을 왜 죽였을까? 총각이면 다 가족이 없으므로 조국을 위해 죽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 하나, 지금껏 남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의 대부분이 남한은 잔인한 사람이고 북한은 착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비해, 남한에 대한 복수 동기와 사관생도의 맹목적 국가관이 조금은 거슬리지만, 이 영화는 현실을 감안한 균형 잡힌 설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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