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못말리는 결혼’은 우리의 전통을 중시하는 풍수지리가 박지만(임채무) 집안과 강남의 부동산 졸부 심말년(김수미) 집안 간에 혼사를 앞두고 두 가족 간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닥종이 공예를 하는 박지만의 외동딸 박은호(유진)와 성형외과 의사인 심말년의 외아들 왕기백(하석진)은 우연히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알게 되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다 결국 사랑을 하게 되지만 생활환경이 다른 두 집안 어른들은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이 된다.
결혼이란 두 가족이 결합하는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이므로 당사자만 좋다고 무조건 성사되는 것이 아니기에 전혀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온 이들 두 집안의 결혼이 순탄할리가 없다.
이처럼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뼈대가 있는 집안과 무식하지만 졸부가 된 집안의 사랑이야기라든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처음에는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부한 소재이기는 하다.
한편으로 이 영화의 재미는 기백과 은호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의 부모인 박지만과 심말년이 벌이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결혼방해 작전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못말리는 결혼’에서는 흔히 코믹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과장된 행동 등 억지웃음을 유발하기보다는 언어의 유희(遊戱)를 통해 그냥 편하게 관객을 웃도록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시로 웃음보가 절로 터지는 것만 보아도 이 영화는 우선 코믹영화로서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이 영화의 백미(白眉)는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김수미의 어설픈 영어대사가 아닐까 한다. 영어로 숫자조차 제대로 모르는 그녀가 “오 마이갓, 쒯”, “익스큐즈미” 등 서툰 영어대사를 쏟아내면 웃음보가 절로 터지기 마련이다.
자동차 안에서 박지만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운전기사에게 전화번호를 물으며 하는 대사는 그녀의 영어실력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말년 : “전화번호가 뭐야?”
기사 : “010-”
말년 : “제로 원 제로”
기사 : “214”
말년 : “투 원, 4가 뭐지?”
기사 : “포입니다. 포”
말년 : “투 원 포”
이처럼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소위 ‘욕 연기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있는 김수미가 마파도ㆍ가문의 위기 등에서 보여주었던 코믹연기 영역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등 김수미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한편,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설프기는 하지만 영화 ‘못말리는 결혼’은 코믹영화에 어울리지 않게 코끝이 찡하게 하기도 한다.
심말년을 믿을 수 없다며 외국 투자자와의 중요한 계약이 깨질 무렵, 은호가 말년에게 선물한 닥종이 인형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투자자에게 인형속의 주인공이 바로 말년이라고 은호가 설명하는 장면에서, 또한 어느 날 홀로 남은 집안에서 고생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남몰래 청국장을 맛있게 끓여 먹다 울음보를 터뜨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잠시 폭소대신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자식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 수밖에 없었고, 또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철저히 희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영화 ‘못말리는 결혼’에서 아쉬운 점은 너무 한사람의 코믹대사에만 치중하다보니 다른 조연자들의 역할에는 소홀한 느낌이 들고, 따라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였다는 점이다.
심말년의 집에서 양가 상견례를 할 때 화장실에 있는 비데 사용법을 몰라 박지만이 온몸에 물벼락을 맞으며 혼비백산 놀라는 장면은 있지만, 코믹영화는 주로 조연에 의해 더욱 더 감칠맛을 주는데 이 영화에서의 조연들은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 점 등이 그렇다.
또한, 아무리 사랑이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 하지만 박지루(윤다훈)와 왕애숙(안연홍)의 사랑은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가려고하는 의도가 너무 역력할 만큼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커플들의 사랑을 이처럼 너무 소홀히 다룬 것은 오직 심말년 한 사람의 코믹대사에만 치중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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