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TV예능 프로의 주류가 먹방과 해외투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먹방관련 예능프로가 많으며, 해외투어에서도 심지어 먹방은 빠질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TV예능에서는 이처럼 먹방이 빠질 수 없는 소재임에도 십 수 년 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허영만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식객’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사랑의 레시피' 등 외국영화는 있었지만 우리나라 영화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영화 ‘식객’의 원작자 허영만은 지금도 TV예능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하여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찾아 맛집투어를 하고 있어 십 수년된 영화지만 친숙해 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허영만 그림의 만화 ‘타짜’가 영화화하여 만화 이상의 재미를 주며 흥행에 성공하였던 전력이 있기에, 허영만의 또 다른 만화가 영화로 재탄생하였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기대가 큰 영화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네 정서에 잘 맞는 소재이기도 하고, 20여 년전 TV드라마에서 음식을 소재로 한 ‘대장금’ 드라마에 국민적 열광을 보내기도 하였던지라 요리영화 ‘식객’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할 수 있겠다.
영화 ‘식객’의 두 주인공인 ‘진수(이하나)’와 ‘성찬(김강우)’이라는 이름도 ‘푸짐하게 잘 차린 맛이 좋은 음식’을 의미하는 진수성찬에서 따온 것에서 보듯 요리영화에 대한 친근감을 더욱 더 느끼게 한다.
또한, 이 영화는 하나의 음식을 통해 인간에게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삶을 공감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간의 정(情)과 감동, 그리고 우리들의 고향 맛을 느끼게 하게도 한다.
군대에서 반합 등을 이용해 맛있게 끓여먹던 라면 한 그릇의 추억이라든지, 살인자의 마음을 열어주는 고구마의 감동, 그리고 ‘세상에서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성찬의 대사처럼 음식의 의미가 반드시 배가 고파 먹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만화로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을 조(鳥)ㆍ어(漁)ㆍ우(牛)ㆍ적(炙)으로 구분하여 선보이는 갖가지 화려한 요리를 통해 영화를 보는 재미와 함께 군침을 돌게 하게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 ‘식객’은 여러 가지 아쉬움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원작 만화 ‘식객’은 하나의 음식을 주제로 하여 갖가지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옴니버스 만화라 할 수 있으나, 영화 ‘식객’은 대령숙수(待令熟手)의 적통(嫡統)을 차지하려는 두 요리사의 대결로 이어지는 내용을 기둥으로 하여, 여러 가지 다른 내용들의 에피소드를 축으로 전체 흐름을 재구성하였으며 전반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짐을 느낄 수 있다.
하나의 큰 기둥에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발췌해 연결하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영화 ‘식객’에서는 만화에서 느꼈던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져 버렸고, 영화 ‘타자’에서 느꼈던 만화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화로 새로이 탈바꿈하는 재창조를 느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큰 기둥인 두 사람의 대결구도에서 어떤 긴박감이나 극적 장면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특히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 맛을 자랑하는 운암정의 주인이 요리 대결에서 패배하자, 식구들이 하나 둘 그 곳을 떠나고 운암정이 폐허가 되는 장면에서는 만화적 상상을 넘어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또한, 육개장에 얽힌 조선 임금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하면서 요리대회가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 대령숙수 칼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벌인다는 점도 못내 아쉽다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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